
Steven Strange x Everett Ross
Steven Strange x Everett Ross
Wedding
워커님 (@Pleasure_Dip)
셜록은 연신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그가 있는 장소는 여느 곳보다도 조용했으며 바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곳이었다. 그의 주위에는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는 해골들과 의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수많은 의자들 중 하나에는 키 작은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 ... 존.
- 그래, 셜록. 나야.
존이라 불리는 남자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늘 그랬듯이 환히 웃고 있었다. 셜록은 그런 존이 마음에 들었다. 존은 자신을 항상 차가운 눈으로 보지만, 존에게는 따듯하게 대해주는 그런 셜록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마음을 차지한 둘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친해질 리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동거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의 동거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았다. 서로를 알아가는 기간 동안에 쌓인 것이 많았는지 그 쌓임은 동거와 동시에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는 큰소리와 함께 쌓임의 형태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둘을 갈라놓게 만들었다.
- 네가 언제부터 내 마인드 팰리스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난 너에게 방법을 알려준 기억이 없어.
- 오, 셜록. 설마 이곳이 네 궁전이라 생각하는 거야? 정신 좀 차려. 로지가 슬퍼하잖아.
- 로지를 생각할 시간에 어서 내 궁전에서 나가, 존.
존의 ‘알았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셜록은 눈을 떴다. 존의 말대로, 셜록이 있던 곳은 마인드 팰리스가 아니었다. 셜록의 궁전이 아닌 꿈이었다. 그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조오온 이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자신의 허리를 찌르는 무언가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그가 자기 전 봤던 영상의 cd 케이스였다. 케이스는 이리저리 구르고 떨어뜨린 흔적이 가득했다. 금이 가고 깨져 구멍이 파인 자국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였고, 그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셜록은 그 케이스에 적혀있는 J.W 이라는 이니셜을 바라보았다. 존 왓슨. 그의 애인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그의 곁에 없지만 곧 돌아올 사람이기도 했다. 셜록은 케이스를 집어 안에 있는 CD를 꺼내고는 플레이어 안에 넣었다. 그러자 ’셜록에게‘ 라는 문구가 뜨며 영상이 시작하였다. 그 영상 속에는 존 왓슨과 그의 딸 로지가 있었다.
- 안녕, 셜록. 아마 네가 이 영상을 보고 있을 때면, 난 네 곁에 없을 거야. 로지도 그럴 것이고.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죽은 것도 아니고 잠시 쉬는 것뿐이니까. 내가 쉬는 이유를 네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했지.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행복하지만은 아닌 것 같아. 물론 서로 맞는 부분이 있지, 사건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이런저런 거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안 맞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 난 널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지금은 좀 쉬어야겠어. 조금만 떨어져 있자, 만약 네가 못 버티겠다면 찾아와도 괜찮아. 그렉이랑 네 형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물어보면 알려줄지도 몰라. 대신, 물어보기 전에 우리가 왜 지금 떨어져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어. 음... 셜록, 난 널 사랑하고 아껴. 너도 그럴 것이라 믿고 나중에 보자. 사랑해, 로지도 널 사랑한대.
손을 흔드는 로지를 마지막으로 검은색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셜록은 소파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지만 존이 영상을 마치기 전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왜 떨어져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어.’ 사실 셜록은 아직까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존이 떠난 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알아채지 못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 보이지만 사건, 범죄에만 관심이 있는 셜록은 자신의 행동을 생각한 적이 없던 것이다. 심지어 필요한 것이 아니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까지 하니. 기억할 리가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궁전에 들어가 몇 시간을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그런다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에는 자존심이 상해 물어볼 수 없다, 이런 그의 자존심이 존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거리며 셜록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는 결국 제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 전화를 했다.
- ... ...
- 네가 무슨 일이니, 셜록?
- 내가 뭘 잘못했는지 형은 알아, 그렇지?
- 물론이지, 정말 잘 알고 있어. 어디서 볼까?
- ... 카페에서.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셜록은 코트를 챙겨 집 밖으로 향했다. 플랫에서 택시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있는 그 카페. 존이 자주 가던 곳이기도 했으며 형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이 전화할 것이라는 걸 알기도 했을까, 아니면 그 근처에 있었던 것일까. 셜록보다 먼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도착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셜록은 천천히 들어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마이키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셜록을 바라보며 웃었다. 네가 뭘 물어볼지 다 안다는 미소였다. 마이크로프트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셜록과는 다르게, 사건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분과 셜록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셜록은 깨닫지 못한 셜록의 잘못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형이, 셜록은 싫으면서도 자기 자신의 적이라는 게 이상하다 느꼈다. 홍차 한 잔을 주문하고 나니, 카페는 정적으로 가득했다. 그런 고요함을 마이키가 먼저 입을 열며 깼다.
- 그래서 동생아. 네 잘못이 궁금하니?
-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군, 하나만 알려줘.
- ... 하나라, 네 애인을 너무 무시한다는 거. 나였다면 너처럼 그러지는 않았을 거다.
어느새 마이키는 하나만 말하는 것을 두 개, 세 개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형을 보며 ‘또 시작이군’ 이라 중얼거리는 셜록이지만. 존을 만나기 위해서는 기억할 필요성이 있는 것들이니 입 닫고 조용히 듣기로 했다. 마이키가 말하기를 셜록의 잘못 중에서는 꼭 기억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애인을 무시하는 거.
둘째. 무관심한 것.
셋째. 걱정만 시키는 거.
셜록은 형의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셜록은 자신이 타인에게 한 짓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져 무관심을 주게 되고. 결국 그런 행동은 제 애인인 존에게도 상처와 무관심. 걱정을 주게 된 것이다. 물론 존은 그와 사건을 따라다니면서 셜록이 걱정하게 하는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을, 사람을 잘 무시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니 (실제로 당하기도 했지만) 괜찮을지 몰라도, 무관심은 버티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항상 사랑하던 사람에게 받는 무관심은 가장 큰 상처가 되기에. 형의 말이 끝나자 셜록은 일어나 제 플랫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시 궁전으로 들어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 제 행동을 떠올려보며 잘못을 찾아갔다. 셜록이 처음으로 떠올린 제 잘못은 첫 만남부터 시작되었다. 연쇄살인사건에 정신이 팔려 만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은 제 플랫 메이트를 낯선 곳에 두고 간 것. 셜록은 이때 존이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음 잘못은 정보를 얻기 위해 한 남자를 만나러 갔을 때다. 그때 존을 혼자 두고 도망을 가버리는 바람에 벽에 낙서를 했다 오해를 받아 재판까지 받을 뻔했을 때. 그때도 존이 상처를 받았을지 모른다. 몇 시간 동안 궁전 안에 들어가 제 행동을 돌이켜보니 자신이 존에게 얼마나 무관심하고 상처를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제 잘못이 무엇인지 깨달은 셜록은 황급히 존에게 전화를 했다. 안 받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였지만 다행히도 존은 셜록의 전화를 받아주었다.
- 셜록, 무슨 일이야?
- ... 존, 지금 만날 수 있을까?
- 우리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바라보면서 말하고 싶어. 존.
- 창문 밖에 살펴봐.
셜록은 존의 말을 듣고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그곳에는 존이 있었다. 작고 복슬복슬한 뒷머리를 가진 존이, 오늘은 무슨 일인지 머리를 올리지 않은 상태로 왔다.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셜록이 계단을 내려왔다. 문을 활짝 열자 존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음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존의 웃음을 보자 셜록의 몸이 제멋대로 그를 껴안았다. 강력한 포옹을 당하니 숨이 막히는지 셜록의 등을 톡톡 치며 존이 배시시 웃었다. 몇 분 동안 껴안고서 드디어 셜록이 입을 열었다. 셜록은 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런 셜록을 존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 존, 미안해.
- 뭐가 미안한데? 제대로 말한다고 하지 않았어?
- 항상 걱정시키고, 상처 주고...
- 그거 마이크로프트가 말한 거지.
존은 다 안다는 듯이 셜록을 바라보았다. 셜록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로지를 들어 안아주며 둥가 둥가를 해주다 입을 열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셜록은 무슨 말인지 묻기 시작했다. 존은 입을 다물었지만 셜록이 집요하게 묻자 결국 입을 열었다. 셜록에게 상처를 받은 것은 맞지만 이번에는 자기 자신이 무언가 하고 싶어 마이크로프트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셜록은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셜록은 결혼까지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 생각했던 것이다. 존은 그런 셜록의 말을 듣고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럼 우리 결혼은?
- 당연히 하는 거지. 안 할 거라 생각한 거야?
- 난 네가 상처를 받아서 날 떠난 줄 알았어.
- 물론 그것도 맞긴 맞지만, 아직 버틸 만해. 그리고 너도 고칠 거잖아?
그는 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모든 일은 셜록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존과 그의 지인들이 꾸민 일이었다. 왜 셜록이 알아차리지 못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둘이 예전보다 행복하게 살며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들에게는 행복한 결말이 아닐까 싶다.